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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연말 ③ - 주립공원 오르또(Horto Florestal)


윗 이미지는 글을 다 쓰고나니, 제미나이가 이 멋진 글에 어울리는 
'고사리 밭과 아라우카리아 나무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풍경' 이미지를 생성해 드릴까요?
라는 말에 부탁했더니 진짜 이쁜 모습으로 만들어서 글의 대표 사진으로 쓴다 😊


조용한 연말 이야기 ①②번에 이어, 오늘은 Campos do Jordão에 있는 주립공원 **'Horto Florestal'**을 방문한 이야기를 올려본다.


사실 상파울루 Santana에 있는 Horto Florestal를 이미 수차례 방문했고, 관련 글도 다섯 번 넘게 썼던 터라 이름이 같은 이곳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아침 운동도 할 겸, 아내의 권유로 이곳의 Horto Florestal 공원까지 가보기로 했다.

Waze를 켜보니 숙소인 **'Sobre as Nuvens Condominio'**에서 약 18.3km, 시간으로는 3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차를 몰고 나섰는데, 공원으로 향하는 마을 길이 조용하면서도 수풀과 꽃이 어우러져 있어 참 좋았다. 길가에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공원이 생각보다 좀 멀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Prq. Est. Campos do Jordão

도시에서도 꽤 떨어진 주립공원인데 주차비로 30헤알을 받다니,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 입장료는 일반인 기준 1인당 26헤알이지만, 우리는 60세 이상 우대를 받아 반값인 13헤알씩 총 26헤알을 지불했다.

만약 두 사람이 차를 가지고 이곳에 오려면 기본 100헤알 가까이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브라질 현지인들이 오기에는 문턱이 꽤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중류층 이상은 되어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주차장에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었고, 바로 옆 공원 입구는 연말연시 분위기에 맞춰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입장료가 비싼 만큼 사진이라도 부지런히 남겨야지 싶어 입구를 배경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이 먼 곳까지 와서 장사하는 분들을 생각하니 그냥 지나치기가 미안해, 기운 좀 내시라는 마음으로 커피와 **뻥지께이쥬(Pão de Queijo)**를 주문해 본다.


공원 안에는 식당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 아내가 몇 달전 한국에서 온 친구들을 데리고 왔었다는 곳이 눈에 띄었다.

고기 맛이 정말 일품이라길래 슬쩍 들러보았지만, 아침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고기 맛이 훌륭한 만큼 가격대도 꽤 센 편이라고 한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고, 맛있는 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모양이다.

Bonanza Parrilla https://www.bonanzagrill.com.br/



Dona Chica Restaurante

조금 더 걷다 보니 넓은 잔디 마당에 편히 누워 쉴 수 있도록 커다란 쿠션들을 놓아둔 식당이 나타났다. 이름은 'Dona Chica'. 이름만 들으면 참 친근하고 정감 가는데, 메뉴판의 가격표를 보니 전혀 친근하지가 않다. (^^)

이곳 Horto Florestal 공원 안의 식당들은 왜 이렇게 다 비싼 걸까? 상파울루 시내보다 물가가 더 비싼 듯하다. '브라질의 스위스'라 불리는 부자 동네라 그런지, 공원조차 부자들만 오는 곳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식당 바깥 한편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우리는 식당 바로 뒤편으로 이어지는 트레일(Trilha) 코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Trilha do Rio Sapucaí: 총 2.6km (난이도: 쉬움) 

Horto Florestal 주립공원 안에는 대략 7~8개의 등산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길게는 8.5km에 달하는 코스도 있지만, 오늘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휴식'이었기에 가장 짧고 편안한 코스를 선택했다. 식당 뒤쪽 진입로로 들어서니, 수국이 예쁘게 피어있는 다리를 지나 싱그러운 산속으로 길이 이어진다.



우거진 수풀을 지나 잠시 탁 트인 곳으로 나오니, 브라질 아틀란티카(Atlântica) 산맥의 주인공인 아라우카리아(Araucaria) 나무들이 반겨준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끝이 촛대처럼 갈라진 독특한 수형이 일품이다.

이 나무에서는 **'삐냥(Pinhão)'**이라 불리는 열매가 열리는데, 우리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작은 잣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기가 무지막지하다. 소금물에 푹 삶아서 껍질을 까먹으면 되는데, 우리나라 잣처럼 고소한 맛은 덜하지만 밤처럼 포슬포슬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워낙 알이 굵어서 한 10~20개만 집어 먹어도 금세 배가 든든해진다.


내가 인공지능 Gemini에게 Pinhão에 대해 요약을 부탁했더니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Pinhão da araucária brasileira (브라질 소나무 씨앗)

  • 정의: 브라질 남부 '파라나 소나무'의 씨앗으로 겨울철 최고의 별미

  • 영양: 고칼로리 에너지원, 풍부한 미네랄과 식이섬유 함유 (글루텐 프리)

  • 먹는 법: 주로 소금물에 삶거나 불에 구워 먹으며, 다양한 요리에 활용됨

  • 가치: 브라질 남부의 전통 음식이자, 멸종 위기종 보호가 필요한 귀한 식재료

설명을 읽고 나니 이 나무가 더 귀하게 보인다. 다시 수풀 길로 들어서는데, 바닥에 붉은 열매들이 엄청나게 깔려 있다. 생김새가 꼭 비타민 C의 왕이라 불리는 **아세롤라(Acerola)**를 닮았다.



진짜 아세롤라인지 아니면 산속의 야생 열매인지 확실치 않지만, 이렇게 지천으로 널려 있는 걸 보니 이곳의 짐승들과 새들은 따로 영양제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겠다 싶다. 참으로 풍요로운 대자연의 식탁이다.




다시 숲길을 벗어나 걷다 보니, 발밑은 물론 저 멀리 산등성이까지 온통 아라우카리아(Araucária) 숲으로 빼곡하다. 브라질 특유의 이 이국적인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길목에 세워진 'Trilha do Rio Sapucaí' 안내판을 보니, 목적지까지는 20분 정도 더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고 적혀 있다.




길을 가다 보면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개미집들이 눈에 띈다. 예전에 브라질에 놀러 왔던 한국 친구들이 브라질을 이곳 저곳 구경할 때 거대한 개미집 사이즈를 보고 깜짝 놀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기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 개미집과는 차원이 다른 브라질의 '대륙 스케일'은 누구에게나 신기한 구경거리인 모양이다. ^^




2,000미터 지점을 지나니 우측에서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려온다. 궁금한 마음에 혼자 아래로 내려가 보니, 맑은 계곡물이 힘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 생생한 장면을 독자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 얼른 동영상으로 담았는데, 다시 보니 용량이 100MB가 훌쩍 넘는다. 구글 서버에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깊은(?) 고민 끝에, 영상 대신 정지 화면을 캡처하여 올려본다. 비록 영상은 아니지만, 사진 너머로 시원한 물소리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길을 조금 더 가다 보니, 근처에 우리 한국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고사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건 한두 개 섞여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길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고사리 밭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육개장이며 각종 나물 요리에 빠지지 않는 이 귀한 고사리... 흔히들 남자들이 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소리를 믿고(?) 항상 즐겨 먹어왔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정력이 약해진다는 말은 역시나 근거 없는 '뻥'인 것 같다.

아마도 스님들이 고사리를 즐겨 드시며 수행에 정진하시다 보니 그런 재미있는 오해가 생긴 게 아닐까? 고사리 밭을 마주하니 왠지 모를 든든함과 함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나만의 미식 철학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즐거웠던 등산로 코스가 끝나고 나오는 길, 아까 지나쳤던 'Dona Chica' 식당에서 발길이 멈췄다. 슈하스코를 굽는 방식이 여태껏 봐왔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 수많은 고기 요리를 접해봤지만,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굽는 모습은 나조차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고기 굽는 방법이 이래서 가격도 ‘친근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건 구글에게 미안하지만, 용량을 조금 쓰더라도 영상으로 기록해 공유해 본다.



긴 코스는 아니었지만 날씨가 워낙 좋아 땀이 제법 났다. 더위도 식힐 겸 눈앞에 보이는 초콜릿 가게에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들이켰다.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빈손으로 나가기 미안한 마음에 초콜릿을 주섬주섬 담아왔는데, 세상에! 기대도 안 했던 초콜릿 맛이 생각보다 너무 훌륭하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렇게 Campos do Jordão의 주립공원 Horto Florestal 방문은 나름대로 눈과 입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짧은 코스의 등산로가 주는 편안함과 운치 있는 길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우리는 공원 안의 '친근하지 않은' 식당들 대신 조금 더 특별한 곳으로 향했다. 바로 숲속에 자리 잡은 'Gato Gordo' 식당이다. 이곳은 에어컨이 없는데도 숲 기운 덕분인지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자연의 바람이 불어온다. 분위기도 좋고, 공기마저 맛있는 이곳에서의 식사를 끝으로 오늘 여정을 마무리한다.





다음 편에서는 Campos do Jordão에 있는 **Mosteiro de São João(성 요한 수도원)**과 **Morro do Elefante(코끼리 언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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