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여행기-4] 이민 49년 만에 내 이름 석 자 적힌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다

뽀로로 주민등록증, 광교 행정복지센터, 벚꽃 길을 조합하여 인공지능이 만든 글의 썸네일 이미지

 어려서 부모님을 따라 49년 전 이민을 떠난 저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을 가져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 중 큰 결심을 하고 주민등록증 발급에 도전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 부모님의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위해 주민등록번호가 꼭 필요했고,

  • 브라질에서 투표할 때 여권 대신 간편하게 신분을 증명하고 싶었으며,

  • 무엇보다 인생의 마지막을 고국에서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쉽지 않았던 전입 신고의 벽

 부모님 안장 신청을 위해 찾은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주민등록증 신청이 먼저"라는 답을 듣고, 곧장 친구가 있는 수원으로 향했습니다. 요즘은 동사무소가 아니라 **'행정복지센터'**라고 부르더군요. 저에게는 참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친구의 거주지인 광교2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는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서는 먼저 **'전입신고'**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원 광교 2동 행정복지센터 입구

💡 전입신고란? 거주지를 옮겼을 때 새로운 주소지에 살게 되었음을 관할 기관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행정 절차를 말합니다.

저는 1990년 전산화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이민을 간 탓에 옛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기록을 토대로 옛 주소인 '서울 사당동'을 겨우 찾아냈지만, 사당동 측과 전산 처리를 조율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습니다.

👦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놀라운 친절과 매너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이들이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친절했습니다. 60이 넘은 사람이 주민등록증을 처음 발급하러 온 사례가 드물 텐데도, 당황하지 않고 관련 규정을 뒤지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열심히 알아봐 주었습니다.

경찰청 조회를 위해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과 사진관에 가서 증명사진도 찍고 벚꽃이 만발한 광교 시내를 거닐었습니다. 

4월 초의 수원 광교는 벗꽃으로 만발할 때 였습니다. 

2024년 4월 초 수원 광교에서 찍은 벗꽃이 만발한 사진

결국 그날 바로 해결은 되지 않았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미안해하며 **"저희가 꼭 책임지고 처리한 뒤 연락을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브라질이나 미국이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한국 젊은이들만의 따뜻한 매너와 책임감을 느끼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 부산에서 울린 기쁜 소식, 그리고 발급 신청

며칠 뒤 부산 기장의 해동용궁사를 구경하던 중, 수원 친구로부터 전입 신고가 드디어 처리되었다는 반가운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곧장 인근 초량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습니다.

이곳의 젊은 직원 역시 재외국민 신청 사례가 처음이라며 꼼꼼히 규정을 확인해 주었고, 드디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이 종이 한 장만으로도 은행 환전 등에서 여권 없이 당당히 신분을 증명할 수 있어 정말 편리했습니다.

내 생애 처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위한 신청확인서

🇰🇷 마침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실감

귀국 며칠 전, 마침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었습니다. 본인이나 같은 주소지 거주자만 수령할 수 있어 광교의 친구가 대신 찾아주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카드 한 장이지만, 제 이름 석 자가 적힌 그 카드를 보니 비로소 '제대로 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수원 광교에서 발급된 나의 첫 주민등록증

이민 간 지 오래된 분들은 저처럼 전산 기록 누락으로 전입 신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충분한 시간 여유를 두고 신청하시길 권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자기 일처럼 도와준 친구들과 수원 광교 행정복지센터 직원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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