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여행기-8] 구미의 재발견: 금오산의 벚꽃과 성리학 역사관, 그리고 정겨운 둘레길
금오산 호텔에 들어설 때 보았던 거리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섰다. 고국 여행의 추억을 눈에 가득 담아 가고 싶은 욕심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설레었다. 호텔에서 도보로 내려가는 길에는 나무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이곳은 사시사철 어느 때 와도 꽃들로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곳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토요일이라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눈으로 직접 봐도, 사진으로 찍어 봐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넓은 금오 저수지가 보이고, 저 멀리 금오정이라는 운치 있는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내려가니 좌측으로 **'구미 성리학 역사관'**이라는 곳이 보였다. 멀리서 봐도 예사롭지 않은 멋진 외관에 이끌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구미 성리학 역사관
구미 성리학 역사관은 구미 최초의 공립 전문 박물관으로 금오산 저수지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조선 인재의 반이 영남에 있었고, 영남 인재의 반은 구미에 있었음을 확인하고자 건립되었다고 한다. 수치로 따지면 조선 인재의 25%가 구미에서 나왔다는 말이 아닌가? 이곳은 변화하는 금오산의 사계절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구미의 역사적 의미를 전시한 구미 역사관, 조선 성리학의 학문과 계보를 전시한 성리학 전시관, 그리고 다양한 주제의 기획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도서 열람, 목판 탁본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문화사랑방과 교육관도 운영되고 있었다.
호수와 올레길 쪽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이곳은 한적하고 조용하여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시관 주변으로 근사한 한옥 가옥들이 많이 보였다. 과거에는 한옥을 버리고 신식 주택으로 바꾸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이제는 한옥의 장점을 재발견하고 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세상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문득 딸아이가 내게 "아빠는 한국 가서 한옥에 가봤어?"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는 어릴 때 한옥에서 자랐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다 한옥에 사셨단다."라고 말이다.
그 시절엔 문지방도 창호지였지만, 추운 겨울 아랫목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정겨운 공간이었다.
조용하고 근사한 성리학 역사관을 나와 다시 호숫길을 걸었다. 길가에 핀 여러 꽃의 아름다움을 사진기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구미의 이런 풍경은 대자연이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정성껏 가꾼 정성이 더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평범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정말 '구미(口味)가 당기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이렇게 멋지고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내도 이런 곳을 참 좋아할 텐데 말이다.
길바닥에는 떨어진 꽃잎들이 수놓아진 듯 벚꽃 풍년이었다.
걷고 걸어도 더 걷고 싶어지는 도시, 꼭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금오천이라는 개울은 물이 맑고 주위가 아주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아까 재필 형님의 형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국밥집이 보여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시장기가 돌았다.
식당에 들어가 국밥을 주문했다. 사실 나는 음식을 섞어 먹는 국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따로따로 먹는 편인데, 국밥을 직접 시켜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오산골 가마솥 한우국밥'**은 양도 푸짐하고 정말 맛이 좋았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옆에 **'복터진 집'**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식당이 있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이름처럼 대박 나시길 빌어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배를 채우고 나니 호수 주위의 **'금오지 둘레길'**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둘레길에서 시내를 바라보니 저녁이 깊었음에도 만개한 벚꽃 덕분에 주변이 환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번 한국 여행에서 다녀본 곳 중 구미의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든다. 복잡한 시내보다 조용한 산과 들이 어우러진 구미는 정말 살고 싶은 도시였다. 나중에 이모님께 말씀드리니 경주나 구미는 분지 지형이라 여름에 무척 덥다고 하셨다. 내가 한국의 지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본 구미는 조용하고 경치가 좋아 제일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는 밤에도 안전하게 산책할 곳이 어디에나 있다는 점이 참 부럽고 좋다. 브라질은 치안 때문에 밤에 동네를 다니기 위험하고, 그나마 산책이 가능한 '이비라푸에라(Ibirapuera) 공원'에 가려 해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반면 구미의 **'금오지 둘레길'**은 2.4km에 달하는 길을 밤 야경을 즐기며 안전하게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멋진 야경을 즐기며 늦은 시간까지 산책하는 분들이 많았다.
기분 좋은 밤 산책을 마치고 내일 있을 금오산 등반을 위해 호텔로 향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는데 초록빛 조명이 빛나는 출렁다리가 보여 사진에 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다리를 건너면 금오산 쪽으로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고국에 도착하자마자 쉴 틈 없이 움직였지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한 덕분인지 피곤함도 잊을 정도였다. 그래도 내일의 여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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