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여행기-19] 대구 앞산의 비경과 '웃는 천사' 수녀님, 그리고 죽다 살아난 급체 극복기

 수녀님은 오래전 브라질에서부터 잘 알고 지낸 분으로, 늘 자신의 힘든 몸을 돌보지 않고 누구보다 헌신하시는 분이시다. 울산을 거쳐 가까운 동대구까지 오게 된 것은 바로 이 따뜻한 인연 때문이었다.

 작은예수 수녀회와의 재회

아침 일찍 일어나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을 구경하고, 네이버 지도가 일러주는 대로 반월당에서 대명역 3번 출구로 나가 673미터를 걸었다. 시장 통 같은 길을 지나 산이 보이는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아담한 붉은 벽돌집과 정원의 성모 마리아상이 나를 반겼다.


작은예수 수녀회는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우리의 참모습"이라는 영적 겸손을 바탕으로 신체적 장애인들과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누는 곳이다. 브라질에서도 걸인들을 위해 밥을 짓고, 연고 없는 한인 노인들을 돌보며 정부 지원 없이 교우들의 도움만으로 힘들게 봉사해 오신 것을 잘 알고 있다.

몇 년 만에 만난 정미영 데레자 수녀님은 여전히 '웃는 천사' 그 자체였다. 현재 대구 분원에서는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분들을 돌보고 계셨는데, 거실 칠판에는 유치원처럼 일주일 프로그램이 빼곡했다. 방에 있던 한 자매님은 나를 보며 자꾸 "아빠"라고 불렀고, 나는 기꺼이 아빠처럼 따뜻한 말을 건넸다.

 

예전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수녀님은 반가운 마음에 유명한 집 빵과 고구마 떡을 잔뜩 내오셨다. 아침에 먹은 요구르트 때문인지 배가 더부룩했지만, 정성을 거절할 수 없어 다 먹었더니 속이 영 불편했다. 수녀님이 주신 한약 소화제와 물약까지 먹으며 겨우 버텼다.


옆에 계시던 생활복지사님이 귀띔해주시길, 수녀님이 1~2년 전 암 수술을 받으신 후 회복이 더디다고 하셨다.

"이럴 땐 뜸을 뜨시는 게 면역 회복과 기운 차리는 데 최고입니다."

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시술해 드리고 앞으로 계속하실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드렸다. 복지사님도 브라질에서 내게 진료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릎 통증을 호소하시기에 함께 뜸을 놓아드렸다.

뜸의 효과에 대하여: 피부에 직접 뜨는 뜸(직구)은 면역 및 체력 증강은 물론, 암 환자의 후유증과 관절·인대 질환에 탁월하다. 나 역시 50세 넘어 배드민턴을 하며 온갖 관절을 다쳤을 때, 내 몸 1,200군데에 직접 뜸을 떠가며 테스트한 끝에 지금도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좋은 치료법이 잊혀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대구의 숨은 비경, 앞산 빨래터와 전망대

수녀님은 바쁜 일정 중에도 나를 구경시켜 주시겠다며 **'앞산 빨래터 공원'**으로 이끄셨다. 옛 빨래터를 관광지로 바꾼 대구시의 아이디어가 대단했다.



빨래터가 맞구나 ㅎㅎ 옷들이 빨랫줄에 널려있었다.



앞산 빨래터 공원을 구경한 후 저 앞에 전망대로 데려가신다. 전망대의 계단을 올라가기 전, 앞에 큰 바위가 있는 분수대가 있었는데 아침이라 작동하지 않는다


쉴 수 있게 컬러풀하게 만들어 놓은 의자들도 있고...


앞산 전망대를 올라가는 곳은 휠체어도 올라갈 수 있게끔 지그재그식으로 데크를 만들어 놓았는데 발 빠르신 테레자 수녀님이 저 멀리서 날 기다리고 계신다.



**앞산 빨래터** 그리고 만들어 놓은 전망대는 빨래터 수준이 아니었다.
아래서 내려다 보니 공원 아래쪽은 태극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경치는 여러 각도에서 보아야 제대로 알수가 있다. 맨 위에 올라가니 전망대는 유리로 만들어졌다


전망대 안에는 대구관광 명소를 비롯하여 여러곳을 설명하는 대형 모니터가 있었다.


와 이건 정말 멋있게 잘 만들어 놓았다.



옆 유리를 보니 "앞산하늘다리" 라고 적혀있다! 힐링스팟 앞산 하늘 다리

수녀님이 하트 모형이 있는 아래는 원래 유리였는데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무서워하여 데크로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부산의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의 경우도 유리였는데..
여성의 하이일, 등산용 스틱, 우산까지 금지한 이유는 잘못하면 스크래치가 나서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이유일 가능성이 더 많다.  




다리 저 쪽은 캠핑장이 있다고 하신다. 대문에 자물쇄가 걸려있는 것을 보니 아직 캠핑장 운영은 하지 않나보다.


이곳 전망대가 많이 유명해 져서 저녁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전망대를 올라온 데크 길의 모습.


데크길 양 쪽으로 휠체어가 오갈 수 있게끔 공간을 만들어 두었기에 작은예수회 자매님들을 데리고 가끔 바람쐬러 오기도 한다고 하신다. 


앞산 빨래터와 공원과 전망대를 돌고나서 점심을 하자고 하시며 식당으로 갔으나 지금은 배가 더부룩하여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수녀님은 한 곳이라도 더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 앞산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자고 하신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대구시가 다 보이고 누가 그러는데 토끼도 살고 있다고 하신다.
생활복지사 여성분을 불러 운전하여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간다


앞산 케이블카를 타러가는 길도 예쁘다~ 이곳도 아직 벚꽃이 피어있구나~ 케이블카 타기 전에 웬 건물에 세계 여러나라의 국기들이 보여 잠시 사진찍고 가자고 차에서 내렸는데 이곳은 낙동강 승전 기념관이었다



비행기도 전시해 놓고 예쁘게 잘 꾸며놓았는데 케이블카 타러가다가 구경을 잘하고 있다.


그러나 승전 기념관까지 보고 갈 시간이 없어 바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간다.
케이블카 타는 곳은 바로 위쪽에 위치에 있었다. 아래는 포토존인가?


케이블카 타는 요금을 지불하려고 하는데 발 빠르신 수녀님이 지불하셨다. 자신은 안내도 되서 한 사람 것만 지불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케이블카는 정해진 시간에 운행하는데 8분 후에 출발한다고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하철, 대중버스도 그렇고 시간 안내를 해 주어 참 좋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이곳도 앞산 전망대라고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곳이 진짜 앞산 전망대, 아까는 뒷산 전망대로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나 싶다.


이곳은 안내 표시판의 주인공이 토끼구나. 토끼님이 이곳에서 뭘 해 먹으면 안된다고 하신다


표시판을 따라 이동하는데 짧은 산행길이었고 여기 저기에 토끼님의 금지 안내 표시판이 보인다
여기서 산다는 토끼가 저것이었나?


저 앞에 전망대가 보이는데 전망대 옆으로 노란토끼~~


전망대에 사는 토끼는 노란색 토끼였다 ㅎㅎ 이 토끼의 몸에는 귀에서 부터 발끝까지 여러 글귀가 붙어있었는데 안녕하세요, 돈많이버세요, 소원성취, 좋은사람만나세요 등.. 
좋은 글귀들을 모아 만든 **금색토끼**


그리고 토끼 위로 반 원형 모형이 있는가 하면 전망대도 반 원형 모양의 유리로 되어 있었다


앞산 전망대라고 불리우는 이곳은 대구시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는데 수녀님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시는 내내 여기 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에 바쁘시다~



실수의 미학: 데크를 뚫고 나온 바위를 그대로 둔 대구의 여유로운 설계에 대한 감상.

전망대로 가는 데크길 바닥에 뾰쪽하니 바위가 튀어나와 있다. 바위를 없애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두고 테크를 완성시켰는데~


전망대를 만들다가 바위가 튀어나오는 것은 생각지 못하고 마감할 때 튀어나온데로 보존하게 되었다 한다. 뭐든 완벽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실수를 남겨두는 것도 때로는 좋은 볼거리가 될 때도 있다 

빨래터를 관광지로 만드는 발상도 그렇고 튀어나온 바윗돌을 그대로 두는 것도 그렇고 대구에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는 도시였다. 나도 바위와 함께 발을 올려놓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앞산 전망대의 무료 포토존

 돌아가려 했는데 전망대 우측에 여학생 둘이서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며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스크린 앞에서 순간 촬영을 하여 메일로 전송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무료 포토존~~
우와, 대박! 멋진 아이디어라 박수!!!

이 재미있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수녀님과 같이 기념사진도 찍고 수녀님의 독사진도 찍어 내 메일로 바로 전송한 후 다운로드 받아 수녀님에게도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자신의 핸드폰이 용량제(?) 라서 잘 안터져서 지금 못 보신다고 하신다.

우리나라에서는 핸드폰 요금이 더 저렴하지 않나? 수녀님도 그렇고 내 친구도 그렇고 핸드폰 요금을 절약하려 저렴한 플랜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래는 정미영 테레자 수녀님의 독사진이다 (^^) 수녀님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갈 것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내가 찍어 올리는 것은 다 이해해 주신다~

이글을 보시고 혹시 대구에 가시는 분들 중 수녀님 가이드가 필요하신 분은 연락하시면 된다.
해 주실지는 몰라도~~


기념사진을 무료로 찍고 ^^ 테레자 수녀님과 걸어온 앞산길을 다시 걸어간다. 수녀님과 같이 이렇게 길을 걸어가듯이 브라질 작은예수회에서도 수녀님과 같이 일을 한 시간이 있었다. 수녀님처럼 묵묵히 홀로 가는 인생 삶이 쉽지는 않을텐데.. 그 삶 속에 수녀님을 든든하게 보호하시는 하늘의 도움이 있으시길 기도한다. 


👦 브라질은 물론 대구까지 오셔서 운전은 물로 생활복지사 자격증까지 따서 데레자 수녀님을 도우고 계신 여성분에게 "힘드실텐데 왜 이렇게 하세요?" 하고 물었더니.. 👧 저런분이 없으세요~ 라고 한마디 하신다. ㅎㅎ 간단하고 짧은 한마디 답변에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이렇게 대구에 와서 수녀님을 가이드로 두고 관광을 잘하였다. 수녀님을 가이드로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ㅎㅎ 

사투(死鬪), 급체와의 12시간

 즐거운 관광도 잠시, 아침부터 시작된 식체가 결국 사단을 냈다. 수녀님이 사주신 죽을 한두 숟가락도 못 먹고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가 몰려왔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겨우 카카오 택시를 불러 호텔로 향하는데, 운전사가 병원에 가자고 권할 정도로 내 상태는 심각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정도 급체는 내가 직접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호텔 화장실에서 한 시간가량 쓰러져 있다가, 겨우 침대에 누워 스스로 치료를 시작했다. 혈압까지 떨어져 몸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12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여행의 교훈

급체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이번 경험으로 급체 환자들을 더욱 신속히 치료해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또한 여행 중 '1+1' 유제품이나 과식은 절대 금물이라는 뼈저린 교훈도 얻었다.

비록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고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그리운 인연을 만나 인술을 나누고 대구의 비경을 눈에 담았으니 이 또한 감사한 여정이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계획했던 여행을 뒤로하고 우선 친구가 있는 수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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